“골목 하나를 돌았을 뿐인데 시간이 달라졌다”… 근대 건축과 시민 공연이 만나는 항구도시 축제

군산 제14회 군산시간여행축제, 구시청광장에서 근대역사마을까지 이어지는 가을 거리 여행

군산시간여행축제 거리 공연
시민과 여행자가 함께한 군산시간여행축제 거리 공연 (사진=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해가 기울면 군산 원도심의 도로가 무대로 바뀐다. 낡은 벽돌 건물과 오래된 상점 앞을 근대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고, 자동차가 다니던 길에는 공연과 놀이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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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군산시간여행축제는 2026년 10월 2일부터 5일까지 구시청광장과 시간여행마을에서 열린다. 항구로 들어온 근대의 흔적을 골목과 건축, 시민의 움직임으로 다시 엮는 축제다.

시간여행이라는 이름만 보면 옛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행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의 이야기는 3·5만세운동과 항구, 창고와 세관이 남은 실제 도시 위에서 시작된다.

무대와 체험을 모두 보려 하기보다 건물과 거리의 흐름을 따라가야 군산다운 시간이 드러난다.

광장에서 시작해 골목으로 번지는 축제

구시청광장의 큰마당에는 개막식과 공연이 모인다. 조명이 켜지는 저녁에는 플래시몹과 콘서트가 이어지며 축제의 중심을 만든다.

하지만 광장을 벗어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놀마당의 스트릿 공연과 근대의상실, 장마당의 체험 공간, 이음마당의 미션 프로그램이 거리 곳곳으로 사람을 흩어 놓는다.

하나의 대형 무대에 관람객을 모으는 대신 도시의 여러 골목이 작은 장면을 나눠 맡는다. 축제장을 걷는 일이 곧 프로그램을 보는 방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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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간여행축제 거리 퍼레이드
원도심 거리를 가득 채운 군산시간여행축제 퍼레이드 (사진=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오후 3시 5분, 거리에서 다시 만나는 역사

10월 3일 오후에는 ‘우리 모두 3·5만세’가 열린다. 오후 3시 5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 만세를 외치고 행진한다.

군산의 3·5만세운동은 1919년 호남 지역에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의 중요한 장면이다. 축제는 그 역사를 긴 설명문보다 함께 걷고 외치는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재현이 가벼운 놀이로만 흐르지 않는 이유는 주변 공간이 실제 근대 군산의 흔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항구와 세관, 일본식 가옥과 창고는 이 도시가 겪은 번영과 수탈을 동시에 드러낸다.

군산시간여행축제 태극기 행진
태극기를 들고 근대의 시간을 되새기는 축제 참가자들 (사진=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옷을 갈아입으면 건물이 먼저 보인다

근대의상실에서 옷을 고른 방문객은 축제장 안에 머물지 않는다. 의상을 입은 채 초원사진관과 신흥동 일본식가옥, 옛 군산세관이 있는 거리로 걸어 나가면 건축물의 시대감이 사진 안에서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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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은 새로 만든 세트장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도시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골목 모퉁이와 창틀, 붉은 벽돌과 간판이 모두 장면에 참여한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건물이 품은 역사를 놓치지 않는 편이 좋다. 근대 군산의 아름다운 외관 뒤에는 개항 이후의 변화와 일제강점기의 수탈이라는 상반된 시간이 겹쳐 있다.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근대 군산의 시간을 간직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 (사진=Adobe Stock)

아이에게는 거대한 미션 지도가 되는 거리

식량영단의 밀서는 단서를 찾고 암호를 푸는 추리형 체험이다. 시간여행자의 비밀여권도 축제장 곳곳을 이동하며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린이 전용 숲속 모험 놀이터와 공예 공작소도 축제 기간 내내 열린다. 공연을 오래 앉아 보기 어려운 아이에게는 거리 전체를 움직이며 작은 목표를 해결하는 구성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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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는 오래된 골목이 기억의 공간이고, 아이에게는 다음 단서를 찾는 지도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거리를 다른 이유로 걷는다는 점이 이 축제의 특징이다.

군산시간여행축제 어린이 체험
옛 교실에서 시간여행을 즐기는 어린이들 (사진=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항구도시의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

밤이 깊어지면 큰마당의 콘서트와 거리 공연이 축제의 속도를 다시 높인다. 낮 동안 건축과 역사를 따라 걷던 사람들은 조명 아래 무대로 모인다.

군산의 축제는 과거를 박물관 안에만 두지 않는다. 오래된 도시를 현재의 음악과 시민 공연으로 채우면서, 기억을 오늘의 거리로 불러낸다.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해 옛 군산세관과 원도심을 걷고 저녁 공연으로 돌아오는 동선을 잡으면 낮과 밤의 대비가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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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전후로 이어 걷는 경암동 철길마을

축제의 중심 무대에서 한 걸음 더 넓게 군산을 보고 싶다면 경암동 철길마을을 별도 일정으로 잇는 방법이 있다. 시간여행마을과 같은 행사장은 아니므로 축제 관람을 마친 뒤 차량이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다.

집 사이로 남은 철길과 오래된 골목은 군산의 또 다른 생활사를 보여준다. 근대거리의 공공 건축과는 다른 결의 풍경이라, 축제 전후 반나절 코스로 분리하면 서두르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골목 사이 철길이 이어지는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사진=Adobe Stock)

축제를 편하게 걷기 위한 한 가지 선택

행사장은 여러 마당과 골목으로 나뉘고, 주차장은 도심 안팎에 흩어져 있다. 차를 축제장 바로 앞까지 가져가기보다 외곽 주차장과 무료 셔틀을 이용하면 첫 장면부터 덜 지친다.

군산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근대 건축의 벽면에는 지난 세기가 남아 있고, 그 앞 도로에서는 오늘의 시민이 춤추고 노래한다.

축제가 만드는 것은 과거의 복제보다 서로 다른 시간이 겹치는 장면이다. 가을 군산에서 골목 몇 개를 천천히 이어 걸어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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